추석이란 무엇인가, 이런 질문들로 일상적인 것들에 정체성에 대한 인식을 환기할 때 더욱 풍요롭게 삶을 인식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던 김영민 교수님을, 리더십 수업의 강연으로 다시 만났다. 대부분의 대학원생이라면 흠칫할 만할, 근원적이고 절박한 질문과 함께 말이다.
<공부란 무엇인가?>
사실 그 답은 꽤 일찍 주어진다. “공부란 성장이다.” 대학원생이 된지도 어엿 한 학기, 어느 정도는 공부에 뜻이 있어서 이 길을 선택했다 자신했지만 얕은 지식의 우물에서 벗어나 학문의 심연을 마주하는 시험대 앞에 있다는 생각이 들 때면 문득 도망치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대신 판단해주는 편리한 시스템 대신, 지식의 진보에 기여해야 한다는 책임을 진 연구자로 살아간다는 것에는 꽤 큰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경쟁에 기반해서, 단순히 옆에 있는 누군가보다 인정받고 싶다는 유아적인 생각에서 그런 공부가 지속될 수는 없음을 안다. 강연에서는 좀더 유려한 언어로 우리가 가져야 할 진정한 동기에 대해 설명한다.
“자기 갱신의 체험은 자기 스스로 자신의 삶을 돌보고 있다는 감각을 주고, 그 감각을 익힌 사람은 예속된 삶을 거부한다”
계속해서 배움을 이어나갈 수 있는 이들은 어쩌면, 스스로의 성장을 인식하면서 가장 지속적이고 풍요로운 행복감을 얻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세상에 대한 섬세한 인식을 계속해서 다듬어나가고, 그러한 인식을 정립하고 또 타인에게 표현하기 위해 섬세한 언어로 일상을 채우는 사람.
삶을 전쟁을 마치고 돌아오는 상처 입은 전함이고, 우리는 그걸 이 정도의 거리에서 지켜보아야 하지 않을까 - 하는 생각을 하게 해 주는 윌리엄 터너의 그림, <전함 테메레르>
그리고 그 성장의 끝 언저리에는, 상처 입은 배를 어떤 과잉도 결여도 없이 관조할 수 있는 것처럼 삶을 바라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오늘 밤에는 영화 <스탠 바이 미>를 봐야만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