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영을 시작했다.

첫 등록일이 언제인가 문득 찾아보니 4월이었다. 5월은 프로포절 준비 때문에 패스했으니 약 세 달 하고 조금 안 되었다. 물에 뜨는 것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하다 보니 자유영이랑 배영은 그럭저럭 한두 바퀴 돌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그나마 요가를 몇 년 꾸역꾸역 하기는 했지만, 운동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혹은 운동 자체가 즐겁다, 이런 말이 와닿은 적은 평생 없었다. 일단 하고 나면 뿌듯함과 개운함까지는 인정. 하지만 그 힘들고 땀나고 숨차고 고통스러운 과정이 어떻게 좋을 수 있다는 거지.. 싶었다. 그래서 비싼 수강권 N회를 끊어서 돈 많이 쓰고 아까워서 억지로 가는 식으로 운동을 해왔는데… 수영은 확실히 다르다.

물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신기한 평온함이 있다. 숨이 턱끝까지 차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느낌과는 별개로 어떤 정신적인 평화.. 랄까… 안 풀리는 일에 대한 걱정이나 짜증 레벨도 수영하고 난 이후에는 확실히 낮아져 있음을 느낀다. 다른 운동은 사실 그 순간에만 힘들어서 잊혔다가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는 느낌이라면, 수영은 진짜로 그런 고민거리들이 “희석되는” 기분. 그냥 아직까지는 조금 더워서 시원한 물이 좋은 걸 수도 있지만.

슬슬 평영을 익히려는 도중에 해외 학회 출장이 겹쳤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초급반 담당 강사님도 바뀌어 진도가 꼬였다. 분명 내일은 평영 발차기를 알려준다고 하셨던 강사님이셨는데.. 낯선 강사님이 나타나 음파- 부터 다시 시작한 그날 살짝 멘탈이 나갈 뻔했다. 하필 초급반과 중급반 사이 애매한 실력으로 진도가 멈춰버린 터라 강습을 또 등록하기도 애매해서, 독학을 결심했다.

몰랐는데, 학교에 있는 수영장이 굉장히 좋다. 원래 가던 월드컵 경기장 수영장보다 훨씬 한산하고, 샤워실 수압도 좋고, 여러 모로 쾌적하다. 심지어 날짜를 잘 맞춰서 가면 학교 수영 동아리 부원이 일일 강사로 한 레인에 상주하면서 코칭도 해준다. 졸업을 앞두고 뒤늦게 깨달은 학교의 특급 복지다.

하지만 독학은 정말이지 의지의 문제다. 초반엔 정말 불타올랐던 것 같은데, 결국엔 여러 핑계를 대면서 차일피일 미뤄지고 만다. 평영을 마스터하고 스웨덴의 야외 수영장에서 멋지게 수영하려던 야심찬 계획은 어그러졌지만, 어쨌든 스웨덴에 와서 지도 앱을 켜고 가장 먼저 찾아본 것은 근처 수영장이다. 다행히 이곳 사람들은 바이킹의 후예라 그런지 수영을 기본적으로 매우 즐기는 듯 하다. 따뜻한 스파 시설까지 갖춘 말끔한 수영장들이 도시 곳곳에 위치해 있다.

많은 것들이 낯설고 조금은 두려운 해외 생활에서 국적을 불문하고 즐길 수 있는 취미를 갖는 게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국적을 불문하고 어디에서든지, 말이 완벽하게 통하지 않아도 다양한 사람들과 즐길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나간다면 언어와 문화의 장벽이 더이상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도 않을 것이다. 목적이 뭐가 됐든 지금의 초보 레벨에서 흐지부지 되지 않도록 하여 남은 평생 수영이란 취미를 알뜰히 즐겨보고 싶다.

swim-good
수영 굿~!